입주자대표회의가 상급자에게 반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는 등 위계질서를 흩트리는 기관실 근무자를 해고했다. 이에 해고자는 소명기회도 없었고 징계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데 해고됐다며 임금, 위자료 등의 지불을 구하며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지방법원 제16민사부(재판장 김복형 판사)는 최근 대구시 수성구 소재 S아파트 前기관기사 B씨가 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B씨는 이 아파트 기관실에서 기관주임인 J씨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2009년 4월경 J씨가 증기 메인 밸브를 닫고 보일러 급수관의 누수 방지 작업을 한 후 증기 메인 밸브를 열지 않고 B씨에게 업무를 인계했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B씨가 보일러를 가동해 증기압이 급상승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보일러 가동을 정지하고 증기압을 배출시키는 조치를 취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B씨와 J씨 사이에는 불화가 발생했다. 한편 입대의는 B씨의 징계해고를 안건으로 입대의를 개최해 위계질서 위반 등을 이유로 2009년 7월 31일자로 B씨를 해고한다고 통보했으며, 관리사무소 내 게시판에 ‘기관실 직원 상·하 불신 감정 건 노동청 질의 결과대로 신속처리→입대의 개최→신속해임처리(취업규칙 제28조 제6항)→입대의 구성원 3분의 2 찬성→징계결의(해직)’이라는 내용을 게시했다. 이를 두고 B씨는 입대의에 참석해 소명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자신은 상급자인 J씨에게 항명하는 등 위계질서를 위반한 사실이 없기에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징계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이뤄진 것이기에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입대의는 자신에게 2009년 8월 1일부터 지난해 4월 30일까지 중간수입을 공제한 미지급 임금 약 890만원, 원직 복직 시까지 매월 말일 약 100만원, 부당해고 사실을 게시한 것은 명예훼손이기에 위자료 등 약 325만원 등의 금원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씨와 입대의 사이의 근로계약기간은 2009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였으며,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현재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로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해 해고가 무효라도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절차적 하자의 존부에 관해 “취업규칙 등의 징계에 관한 규정에 진술의 기회 부여 등에 대한 절차가 규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징계처분을 했더라도 징계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징계사유의 존부 및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거론하며 “사건 당시 위험상황에 대해 J씨에게 보고하지 않고 퇴근한 사실과 자존심상 J씨와 화해도 할 수 없으므로 J씨를 내보내지 않으면 자신이 퇴사하겠다고 말한 사실 등은 위계질서 위반”이라고 봤다. 게다가 “위험상황이 발생한 원인에는 증기 메인 밸브가 닫혀 있는 상태임을 교대근무자인 B씨에게 알리지 않은 J씨의 잘못도 있다”며 “그러나 B씨가 보일러 가동 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기관실 업무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B씨가 상급자인 J씨에게 반감을 갖고 대항하는 태도로 근무할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입대의로서는 B씨의 해고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해고가 정당한 이상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B씨의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도 재판부는 “B씨가 명예훼손으로 입대의 회장을 고소한 사건에서 대구지방검찰청은 입대의 회장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고, B씨의 항고에 대해서도 항고기각 결정이 났을 뿐 아니라 B씨의 재항고도 대검찰청으로부터 각하 결정을 받았다”며 “B씨의 이 부분 청구도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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